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환자를 가족처럼 돌본다는 고귀한 이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 병원과 자매 병원인 국제성모병원에서 드러난 현실은 그 이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환자의 고통에 함께하겠다는 약속 뒤에서 실상은 돈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가톨릭의 이름마저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국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건강보험료 부당 청구 사건은 가톨릭 병원의 민낯을 보여주었습니다. 병원은 서류를 조작해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만들어내고 진료비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가로챘습니다. 이렇게 조직적인 보험 사기가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입니다. 하물며 가톨릭이 운영하고 신부님이 병원장으로 있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사회적 충격이 컸습니다. 2015년 3월 언론 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시민단체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고, 경찰 수사와 인천시의회 조사 요구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해 말과 이듬해 인천 지방법원은 관련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가 부실했다는 항의도 묵살되면서 일단 사건이 덮이는 듯했지만, 결국 2016년 국정감사에서 약 2억 원에 달하는 부당 청구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보건당국은 늦게나마 해당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병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뒤늦게나마 잘못이 밝혀졌지만, 신뢰받아야 할 가톨릭 병원이 국민 보험을 속이는 데 가담했다는 사실은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두 번째로 드러난 문제는 인천성모병원에서의 조직적 노조 탄압과 노동자 괴롭힘입니다. 인천성모병원에서 3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홍명옥 전 노조지부장은 올해 초 병원으로부터 전격 해고를 당했습니다. 해고에 이르기까지 무려 3년간이나 그는 병원 관리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뎌야 했습니다. 업무 중에도 중간관리자들이 교대로 찾아와 동료 직원들과 환자들 앞에서 폭언을 퍼붓고 압박을 가했으며, 참을 수 없는 모욕에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출근길에 쓰러져 입원한 그에게 병원은 병가조차 인정하지 않고 무단결근 처리로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KBS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많은 국민이 경악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오히려 가톨릭 병원에서 극심한 정신적 폭력을 당했다는 현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경영진이 다름 아닌 성직자들이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홍명옥 전 지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결코 우연한 일회성이 아니었습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지난 10년간 병원을 운영하며 ‘수익 중심 경영’에 몰두한 결과 누적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공개된 병원 내부 문건들을 보면 병원의 목표가 애초의 “그리스도 사랑 실천”에서 “수익 창출”로 돌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회의 문건에는 “반드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 “비용 절감보다는 수익 창출” 등 돈벌이를 최우선시하라는 지시가 빼곡했습니다. 어느 회의록에서는 행정부원장 신부가 특정 수익성 높은 진료과를 집중 관리하고, 고가의 의료장비인 PET-CT 검사 건수를 하루 17건으로 유지하라는 구체적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ET-CT 검사는 건당 130만 원이 넘는 비보험 항목으로 방사선 피폭 위험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병원은 환자 필요보다 돈벌이 논리로 검사 횟수를 강요한 것입니다.
상황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장 신부는 직원들에게 ‘ACE 활동’을 독려하는 담화문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ACE 활동이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병원을 홍보하며 환자를 유치하는 마케팅 행위입니다. 의료법은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톨릭병원은 직원들을 동원해 환자 모집에 나선 것입니다.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병원이 정작 할 일은 뒷전으로 한 채, 거리 홍보로 환자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의료 윤리와 규범마저 경시하는 태도가 만연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병원 측이 수익 극대화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자연히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인천교구가 2005년 병원을 인수한 직후부터 노조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병원 경영진은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잇따라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임금 가압류까지 동원했습니다. 용역 경비 업체를 고용해 노조 사무실을 감시하고, 사무실 비상등 위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노조원을 사찰하는 일까지 벌였습니다. 비정규직 직원들을 부당해고하고 이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하자 다시 용역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시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합법적인 노조 홍보 활동을 할 때면 병원 관리자들이 따라붙어 방해했고, 그 대열에는 수도복을 입은 수녀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10년 넘게 계속된 이런 조직적인 탄압 끝에 현재 직원 1,800여 명 중 노조 조합원은 고작 11명만 남았습니다. 사실상 노조가 와해된 것입니다. 노동조합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짓밟는 병원 문화는 기업도 아닌 가톨릭 병원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추한 모습입니다.
더 기막힌 것은 이러한 사태에 대한 성직자 경영진의 이중적 태도입니다. 병원장 신부와 행정부원장 신부 등 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신부님들은 노사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노조의 대화 요구를 묵살해 왔습니다. 정작 교섭 자리에는 결정권도 없는 직원을 내보내 형식만 갖추고, 자신들은 한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병원 수익이 오르는 동안 자신들의 보수는 철저히 챙겼습니다. 병원 측은 재정난을 이유로 전 직원 임금을 4년간 동결했지만, 같은 기간 병원장 신부, 행정부원장 신부 그리고 교구에서 파견된 일부 간부들의 연봉은 몇 배로 인상되었습니다. 연봉이 4천8백만 원 수준에서 시작해 1억6천만 원까지 급등했다고 합니다. 금액 자체의 크고 작음을 떠나, 종교인 경영자가 자신들에게만 관대한 보상을 안배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병원장 신부는 재임 중 지역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선거법 위반 처벌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노사 문제에는 모르는 척하더니, 돈 문제는 꼼꼼하게 챙긴 셈입니다.
이렇듯 병원이 돈과 권력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내부 문화도 왜곡되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를 미루고 병원 사제들의 영명축일 축하식에 불려가 선물과 꽃다발을 바쳐야 했습니다. 직원들은 근무 시간에 가수 싸이의 말춤을 연습해야 했습니다. 노조원을 색출하려는 듯, 중간관리자들 사이에서는 노조원 얼굴에 근조 리본을 붙인 영정사진 형태의 살생부까지 나돌았습니다. 행정부원장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가리켜 “치워버려라” 한마디 하면 그 직원이 머지않아 부서에서 사라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도대체 이곳이 병원인지, 그것도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내건 가톨릭 병원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많은 신자들과 시민들은 분노와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포럼 현장에서 한 수녀님은 노조원을 감시하는 수도자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교구에 돈벌이에 눈이 먼 신부들만 모인 것인가", "병원 이름에서 '성모'를 빼야 한다"는 개탄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병원과 교구 측은 귀를 닫은 모습입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교구장 주교님과 경영진 신부님들께 수차례 대화 요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오히려 돌아온 것은 소송이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염수정 추기경은 홍명옥 전 지부장과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 간부들을 상대로 5억 5천만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뒤이어 인천교구장인 정신철 주교도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로 맞섰습니다. 잘못을 밝히고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오히려 법정으로 탄압하려는 처사에 많은 이들이 절망했습니다.
가톨릭 신앙의 핵심 가치는 사랑과 정의, 그리고 약자에 대한 연대입니다. 교회는 노동자의 존엄을 옹호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는 것을 예수님의 가르침이라 설파해왔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과거 민주화 운동과 사회정의 활동에 앞장서며 국민의 존경을 받은 역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인천교구 산하 성모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러한 가르침과 정신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병원이 과연 성모 마리아와 가톨릭의 이름을 내걸 자격이 있습니까? 신뢰와 인간존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종교 운영 병원이 오히려 세속의 악습을 답습한다면, 교회가 쌓아온 도덕적 권위는 뿌리부터 흔들릴 것입니다.
천주교회와 해당 병원은 이번 사태를 통해 뼈아픈 성찰과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만일 계속해서 수익만을 쫓아 환자와 직원의 희생을 외면한다면, 차라리 병원 간판에서 ‘성모’라는 이름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더 이상 거룩한 이름으로 자신의 탐욕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 스스로 그 이름의 무게를 감당할 의지가 없다면 성모병원, 이럴 거면 이름을 바꾸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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