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의 죽음이 ‘종교 개종’이라는 이름 뒤에 묻힐 뻔했다. 국내 개신교 일부에서 벌어진 강제 개종 시도가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를 짓밟고 인권을 유린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구지인 사건이다. 가족과 목사가 합세한 개종 강요 과정에서 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그 종교 개종 강요의 비극은 한국 사회에 깊은 물음을 남겼다. 본 칼럼에서는 구지인 사건을 중심으로 강제 개종의 실태와 신앙의 자유 침해 문제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 개종 강요가 부른 비극
2017년 12월 말, 27세의 구지인 씨는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 부모에 의해 감금됐다. 그녀의 부모는 개신교 주류 교단 목사의 지시에 따라 딸의 종교 개종을 강요했고, 구 씨가 속했던 신흥 교단(신천지예수교회)을 이단으로 여긴 가족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구지인 씨는 이미 2016년에도 44일간 수도원에 감금당한 끝에 가까스로 탈출한 적이 있었으며, 이듬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강제 개종 피해 사실을 호소하고 관련 개종 목사 처벌과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청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부모는 다시 개종 교육을 강행했고, 2017년 12월 29일부터 이어진 감금 상태에서 구 씨가 탈출을 시도하자 가족들이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구 씨는 질식성 호흡곤란에 빠졌다. 끝내 2018년 1월 9일, 구지인 씨는 뇌사 끝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가족에 의해 종교 개종 강요를 당하다 숨진 그의 비극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강제 개종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구지인 사건의 가해자는 다름 아닌 피해자의 부모였지만, 그 배후에는 개종을 부추긴 개신교 목사가 있었다. 실제로 구지인 씨 부모는 이단상담을 전문으로 한다는 목회자의 “지시”를 받아 딸을 납치·감금했고, 정작 이러한 강제 개종을 지시한 목사들은 가족을 내세워 법적 책임을 피했다. 이는 단지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강제 개종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앞서 2007년에도 신앙을 이유로 개종을 거부하다 남편에게 피살된 김선화 씨 사건이 있었듯이, 구지인 씨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종교 개종 강요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개인의 의사와 신념을 짓밟은 채 이루어진 폭력적 개종 시도가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2019년 1월 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故 구지인 1주기 추모식’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올리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강제 개종을 규탄하는 궐기대회와 추모 행사가 이어졌지만, 국내 언론은 이를 가정 문제나 종교 분쟁쯤으로 치부하며 침묵하거나 무시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이 문제를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받아들였다. 구지인 씨 사망 1주기를 앞둔 2018년 말, 미국 ABC, CBS, FOX 등 해외 185개 언론사가 “강제 개종 금지”를 촉구하는 뉴욕타임즈 광고 내용을 인용 보도하며 한국의 강제 개종 실태에 경악을 표했다.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강제 개종 사망 사건이 국제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사건으로 조명된 것이다.
강제 개종 과정의 인권 유린과 헌법적 신앙의 자유 침해
구지인 씨 사건에서 보듯 강제 개종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인권 유린 행위다. 개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는 납치, 감금, 폭행 등 각종 범죄가 동반된다. 실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강제 개종 피해 사례는 약 2,000건에 달하며, 그 수법도 납치 985건, 감금 1,237건, 폭행 861건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피해자 중에는 강제 개종 과정에서 사망한 사례가 최소 3건, 가족에 의한 살인까지 포함하면 사망 5명에 이른다. 이처럼 신체의 자유와 생명의 권리까지 짓밟는 폭력이 자행되었음에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를 ‘집안 문제’나 ‘종교적 다툼’으로만 여겨 심각성을 간과해왔다.
그러나 신앙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 제20조가 보장하는 엄연한 기본권이다. 누구나 자신의 믿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유지할 권리가 있으며, 타인에 의해 강요나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헌법 가치의 수호자인 국가 역시 종교의 자유를 보호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개종 현장에서 헌법적 권리는 처참히 무너졌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 납치·감금되어 폭행당했고, 목숨까지 잃는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다. 이는 헌법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권적 행태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일부 목회자들은 신앙이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폭력적 개종 시도를 벌여왔는데, 이는 한 인간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적인 행태임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종교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강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것이 개인의 존엄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라면 더욱 철저히 규탄받아야 한다.
강제 개종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보고된 강제 개종 피해자 97명 중 92명이 여성으로, 이 중 20·30대 여성이 8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관계자들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약해 개종을 강요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강제 개종 과정에는 납치와 감금이 수반되는데, 부모나 남편 등 가까운 가족에 의해 이루어지다 보니 젊은 여성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부 가부장적 문화—“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이러한 폭력을 가능케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성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인식이 부족한 사회 분위기가 인권 유린을 방조해온 셈이다.
강제 개종 배후 세력과 제도적 허점
구지인 씨 사건을 비롯한 여러 종교 개종 강요 사례의 배후에는 개신교 주류 교단 내 일부 조직과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로, 이들은 신천지 등 소수 교단 신도를 대상으로 이른바 ‘상담’ 형태의 개종 교육을 실시해왔다. 한기총 산하 이단상담소 소속 목사들은 신흥 종파를 믿는 자녀 때문에 상담을 요청한 가족들에게 “강제로라도 데려와 교육시키라”는 등 불법 행위를 사실상 종용했고, 때로는 부모에게 일정 금액의 상담료를 받으며 개종 프로그램을 주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선한 의도”로 가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신앙이 다른 이를 정신교육 명목으로 구금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부당한 행태임이 드러났다. 피해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목사의 권위와 회유에 기대어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담하게 되고, 목사들은 직접 손에 피 묻히지 않고도 배후에서 개종 강요를 조종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종 강요의 가해자들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개종을 부추긴 목회자들은 가족을 내세워 범행을 실행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구지인 씨 사건에서도 딸을 숨지게 한 부모에게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졌을지 모르나 (정황상 가중처벌 대상인 존속폭행치사에 해당할 수 있다), 그 사건을 사주하거나 배경에서 조종한 개종 목사는 처벌받지 않았다. 더욱이 피해 당사자가 가족인 경우,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도 악용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형사고소 하기 힘든 심정을 가해자들이 아는 것이다. 또한 일부 수사기관이나 사법부마저 신흥 종교 신도인 피해자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경향이 있어, 명백한 폭력 범죄임에도 단순한 “종교 문제”로 치부하고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제도적 허점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강제 개종의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 그 결과 “가해자인 가족과 목사는 떳떳하게 살아가지만, 피해자는 오히려 숨어 지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행법상으로 납치·감금·폭행 등은 분명한 범죄이며 가족 간 범행이라 해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개종 사건에서는 처벌의 사각지대가 존재해왔다. 이는 결국 법의 정의가 종교적 편견 때문에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사회 일각에 만연한 “신흥 종교=사이비”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약화시키고, 가해자들에게 온정주의를 허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어떤 종교를 믿든 인간의 존엄과 안전에 대한 권리는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주류 교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현실은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할 심각한 제도적 결함이다.
강제 개종에 대한 언론의 책임
구지인 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종교계를 막론하고 개종 강요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사건 발생 후 약 12만 명의 국민이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어 “강제 개종을 자행한 목사들을 처벌하고 강제개종교육을 법적으로 금지하라”고 외쳤다. 광주, 서울, 부산 등지에서 추모식과 규탄 집회가 이어졌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강제 개종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미국 LA,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려 대한민국 정부에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그만큼 신앙의 자유 침해 문제가 국제 인권 의제로까지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국내 주류 언론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구지인 씨 사건 초기에는 일부 지역 언론과 종교전문지 등을 제외하면 중앙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아 많은 국민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사건이 “가정 내 불화”나 “종교 갈등”으로만 치부되어 사회 문제가 아닌 양 묻히는 사이, 해외 언론들은 오히려 이 사안을 집중 조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미 주요 방송사와 유력지들이 한국의 강제 개종 실태를 조명하며 인권 문제로 보도했고, 뉴욕타임즈에는 아예 강제 개종을 규탄하는 전면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뒤늦게 국내 언론도 이러한 국제적 관심을 계기로 조금씩 관련 보도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경향이 남아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언론이 가정사 이슈로만 취급하며 침묵한 동안, “아무도 관심을 안 주니 도로로 나서 알릴 수밖에 없었다”는 한 피해 단체 관계자의 푸념처럼, 강제 개종 피해자들과 그 소속 종교단체 신도들은 거리 차량 시위 등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관심을 호소해야 했다. 이는 언론의 직무유기이자 인권 감수성 부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민단체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산하 세계여성평화인권위원회는 강제 개종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 현실을 지적하며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강제 개종 목사들이 가정폭력을 부추겨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이 사건을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청 등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대책을 촉구했다. 또한 강제개종피해자연대(강피연)는 고 구지인 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매년 추모행사를 개최하고, 꾸준히 피해 사례를 수집해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강피연의 통계 공개와 증언자 인터뷰 등은 국내외 여론에 강한 호소력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종교적 차별 금지와 강제 개종 처벌 강화를 위한 입법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무엇보다 피해자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구지인 씨가 생전에 청와대에 올린 청원 글에는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담겨 있었다. 비록 그녀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유족과 동료 신도들은 구 씨의 이름으로 일어난 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지인 씨의 어머니 역시 딸을 잃은 뒤 뒤늦게나마 잘못을 뉘우치고 강제 개종 근절을 호소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다시는 제2, 제3의 구지인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유족들의 눈물 어린 외침은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경고다.
종교계 배타적 혐오 개선 과제
종교 개종 강요로 인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종교계 내부의 자정 노력과 국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개신교 주류 교단은 신흥 교단을 향한 배타적 시각과 혐오를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다른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폭력까지 동원해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는 같은 신앙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주요 교단들은 이단상담소협회 목사들의 행태를 방조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앞장서서 이러한 강압적 개종 상담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에도 “남을 자신 대하듯 대하라”는 황금률이 있듯이, 종교인이라면 타인의 신앙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신교계의 지도자들은 구지인 씨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더 이상 폭력을 동반한 개종 시도가 교회 이름으로 자행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과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 또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강제 개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보완해야 한다. 현재로서도 형법상의 협박죄, 감금죄, 상해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나, 가족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강제 개종을 인권 침해 범죄로 규정하고 가중 처벌하거나, 최소한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구제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법이 제정되면 종교를 빌미로 한 강압 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예방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경찰과 사법당국은 종교 관련 사건이라 해서 관대하게 넘어가는 관행을 버리고, 범죄는 범죄로 엄정히 다루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상담 지원과 임시 보호시설 제공 등 현실적인 대책도 함께 강구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 의식 제고가 중요하다. 가족이라 해도 한 개인의 신앙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는 없다. 종교 개종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강요에 의해 믿음을 바꾸는 것은 진정한 개종이라 부를 수도 없다. 오히려 강제 개종은 가족 간 신뢰와 공동체의 기반을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제는 종교계도, 정부도, 언론도 한 목소리로 선언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신앙을 강요하거나 바꾸도록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것이 사회의 상식이 될 때, 비로소 제2의 구지인, 김선화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강제 개종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고 신앙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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