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본명 로버트 프리보스트)는 2025년 즉위한 가톨릭 교회의 새 교황이다. 그는 첫 미국 출신 교황으로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이력 등 개혁적인 면모를 내세웠지만, 재임 초부터 여러 논란과 비판에 휩싸이며 그 행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드러난 성범죄 은폐 의혹, 정치적 위선, 여성 차별 및 인권 문제, 교회 내 부패 방조 정황 등은 그를 향한 신뢰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과연 무엇이 전 세계적으로 레오 14세를 비판하게 만들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본다.
1. 성직자 성범죄 은폐 의혹
가톨릭 교회는 지난 수십 년간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범죄와 조직적 은폐 스캔들로 신뢰가 크게 추락해 왔다. 레오 14세 역시 주교 및 수도회 지도자 시절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그가 관여했던 교회 공동체에서 성범죄 신고가 묵살되거나 가해 성직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사례들이 드러났다.
미국 시카고 고교 성추행 사건, 수도원 내 성범죄자 은닉 사건, 페루 교구 성폭력 미조치 논란 등 유명한 논란들과 심지어 레오 14세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약 10년간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주교로 재직할 당시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2022년 치클라요 교구에서 세 명의 여성들이 어린 시절 사제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교구에 피해를 보고했지만, 당시 교구장(프리보스트 주교)은 적극적 조사를 개시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아나 마리아 키스페 디아즈 씨는 “프리보스트 주교가 ‘당신들을 믿는다’고 말만 했을 뿐, 정작 자신이 마련한 교회 규정에 따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2022년 주교에게 사제의 학대 사실을 보고했으나, 가해 사제는 조용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되었을 뿐 제대로 된 조사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교구 측이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허위로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처리 실패로 인해 피해자들과 옹호 단체들은 올해 3월 바티칸에 프리보스트 추기경(당시)을 공식 고발하는 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피해자 단체들은 레오 14세의 교황 선출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성직자 성폭력 피해자 모임 SNAP은 “프리보스트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전혀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면서 교황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했고, 어떤 생존자는 “그는 늘 가해자 편에 서고 피해자를 외면해왔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시카고의 한 사제는 익명 인터뷰에서 “새 교황이 과거 다른 주교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가까이에 성범죄 사제를 숨겨둔 사실이 매우 불편하다”고까지 우려를 표했다
. 이러한 정황들은 레오 14세가 교황으로서 성범죄 문제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후 10월 20일이 되어서야 성학대 피해자 대표들을 만나 대화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전 세계 피해자들은 그에게 미국 가톨릭교회가 2002년 도입한 “무관용 정책”(성직자에게 성범죄 혐의가 제기되면 즉각 조사하고 유죄 시 영구 면직하는 정책)의 전면 채택을 촉구했다. 이는 교황청이 그동안 가해 성직자에 지나치게 관대했고 은폐에 급급했다는 국제적 여론을 반영하는 요구다.
2. 교황청 재정 투명성 논란
가톨릭 교황청의 재정 부패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바티칸은 오래전부터 돈세탁, 내부 비자금 조성, 공금 횡령 등의 의혹으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재정을 투명화하고자 일부 개혁을 시도했지만, 교착에 부딪혀 큰 성과를 못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 본인도 재정 문제에 있어서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교황 선출 전에 이미 바티칸 행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주요 직책을 맡아왔다. 2010년대 후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일할 당시, 바티칸 자산의 운용 내역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고 외부 회계감사 도입에도 소극적이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재임 기간에 교황청 회계부 인력이 축소되고 정기 재정보고서도 발표되지 않는 등 투명성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레오 14세가 표면적으로는 “재정 투명성”을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정반대라며 “말로는 투명성을 외치지만 실천은 따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행보는 교황청 내부의 부패 관행을 사실상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고위 성직자들의 금전 추문이 계속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레오 14세가 과연 적극적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낼 인물인지 회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교황청 재무개혁을 시도하던 인사들이 좌천되거나 개혁이 흐지부지된 사례도 있어, 그가 기득권 구조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유지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레오 14세가 과거 재정 비리 척결보다는 교회 체면 지키기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가 따르고 있다. 재정 분야에서 조차 실질적 개혁보다는 보수적인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다면, 그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라는 이상은 공허한 수사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3. 여성 차별과 평신도 배제
프란치스코 전 교황 재임기에 가톨릭 교회는 여성과 평신도의 목소리를 교회 의사결정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실제로 몇몇 여성 평신도가 교황청의 고위직에 임명되고,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는 여성과 일반 신자가 표결권을 가진 공식 대표로 참여하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오랜 남성 성직자 중심의 교회 문화에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레오 14세 교황은 이 같은 추세에 제동을 거는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레오 14세는 자신이 추기경으로 참여했던 2023년 세계주교시노드에서 “평신도의 발언권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평신도, 특히 여성의 시노드 투표권을 확대하려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발언이었다. 그의 이러한 입장 표명 이후 시노드 토론에서는 여성과 일반 신자의 발언 기회 및 역할이 제한되었고, 최종 투표권을 가진 여성 대표 수도자의 수도도 극히 소수에 그쳤다. 아직도 교회의 중요한 회의와 결정 과정에 여성이나 비성직자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교황청 내부에서도 “여전히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 가지 우려는 레오 14세의 성(性) 의식과 인권 의제에 관한 보수성이다. 그는 즉위 후 인터뷰와 연설에서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전통 교리를 분명히 하여 강조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모호하지만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레오 14세는 동성혼 불가 입장을 단호하게 천명한 것이다. 교황의 이러한 태도는 보수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환영받았지만, 성소수자 인권을 중시하는 이들과 교회 내 개혁파에게는 시대착오적인 여성·성소수자 차별로 비춰져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교회의 시각에서도 레오 14세는 여성 사제 서품이나 여성의 교회 지도층 진출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프란치스코 시대에 조심스럽게 열리던 창문을 다시 닫고 교회의 성 역할 질서를 전통적인 틀로 회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가톨릭 교회가 현대 사회의 성평등과 인권 감수성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전 세계적 비판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4. 사회 정의와 인권
레오 14세라는 교황 이름 자체가 상징하듯, 그는 19세기 노동자 권익과 사회 정의를 역설했던 레오 13세의 정신을 잇겠다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실제로 즉위 직후부터 기후 위기, 빈곤 퇴치, 노동자 권리, 난민 보호 등 현대 사회의 폭넓은 사회 정의와 인권 이슈에 대해 자주 언급하며 도덕적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미사에서는 “자연의 착취와 가난한 이들의 소외를 종식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만 보면 새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친서민 노선을 잇는 진보적 지도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행동으로 이어진 실질적 변화는 미미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레오 14세가 말로는 환경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바티칸 보유자산의 화석연료 투자 철수나 친환경 예산 편성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단체들은 교황청이 여전히 석탄·석유 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았고, “말만 할 뿐 행동은 없다”며 교황의 위선을 꼬집었다. 가령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시작된 바티칸 시국의 탄소중립 계획이나 친환경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등이 레오 14세 시대에 속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레오 14세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바티칸은 여전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도 지적된다. 호화로운 바티칸 자산과 미술품, 전 세계 교회 네트워크의 재정적 영향력은 거의 그대로인데, 교황은 겉으로 “가난한 교회”를 내세우는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가난한 교회는 이미지일 뿐…드러나지 않는 교회 내부의 호화”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교황청의 은밀한 호사스런 생활과 재정 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회 정의를 외치는 교황과 현실의 부유한 교회 모습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그의 메시지가 공허하게 들린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정치적 행보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다. 교황은 원칙적으로 교회가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레오 14세는 미묘하게 이 선을 넘나든다는 평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즉위 한 달여 만에 “정치적 민족주의는 있을 수 없다”고 공개 발언하며 각국의 우익 포퓰리즘과 국수주의를 비판했다. 이 메시지 자체는 인권을 옹호하는 취지였으나, 일각에서는 교황이 특정 이념을 지목하며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한 그가 미국-캐나다 간 무역 갈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 자국 관련 현안에 목소리를 낸 셈이어서, 교황직의 초국가적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정치적 위선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말로는 보편적 사랑과 중립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입장을 반영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온 것이다. 교황청이 중국 등 권위주의 정권과 맺은 미묵적인 협약들(예컨대 주교 임명 관련 합의)을 레오 14세도 답습하고 있어 인권 보다는 정치적 타협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요컨대 레오 14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행동이 따르지 않는 언행 불일치의 지도자”로서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그는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이유로 존경받을 수 없는 지도자로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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