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말, 한국 교계는 탄자니아에서 활동하던 한 중년 남성 선교사의 추문으로 충격에 빠졌다. 현지인들에겐 ‘바바 초이’(Baba Choi)로 불리며 존경받던 최재선 선교사(당시 64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부터 아프리카 선교에 헌신해 온 그는 탄자니아 북부 아루샤 지역에 고아들을 돌보고 교회를 세우는 사역으로 명망을 쌓아 왔다. 2015년에는 빈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뉴비전스쿨’을 개척하며 한국 교회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 해 선교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 노(老)선교사의 거짓된 민낯을 드러냈다. 표면적으로는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경건한 선교자 같았지만, 실상 그는 선교의 탈을 쓰고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였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10월 탄자니아 아루샤의 선교캠프에서 일어났다. 최재선 선교사가 이끄는 현지 캠프에는 20대 한국인 여성 A씨가 1년 일정의 자원봉사 스태프로 와 있었다. 가족 같은 공동체 분위기 속에서 A씨는 60대인 최 선교사를 친근히 “아빠”라 부르며 따를 정도로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신뢰 관계는 선교사의 일탈로 무참히 깨지게 된다.
2015년 10월 24일 밤, 감기에 걸렸다고 핑계를 댄 최재선 선교사가 A씨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아무 의심 없이 방에 들어선 A씨에게 그는 돌연 입을 맞추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A씨가 완강히 저항하자 그날은 미수에 그쳤지만, 이것은 악몽의 서막에 불과했다. 하루 뒤, 최 선교사는 잠겨 있던 A씨 방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왔다. 그는 “꿈속에서 예수님이 십자가 보혈로 자기 죄를 씻어주셨다”며 A씨에게 용서를 구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회개는커녕 그는 끝내 A씨를 강제로 범하고야 말았다. 그날 이후 약 두 달간, 최 선교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A씨의 방에 찾아와 수없이 성폭행을 반복했다. 말 그대로 상습적 범행이었다.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 행위를 기괴한 방식으로 합리화했다. 성폭행을 당하는 내내 A씨는 최 선교사로부터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최 선교사는 “아내와의 성관계는 만족스럽지 않은데 너한테는 만족을 느낀다”, “내 아내는 레아이고 너는 라헬이다”, “아내가 죽으면 너를 아내로 삼겠다” 같은 망언을 일삼았다. 심지어 “나는 음란물을 즐겨 본다”, “50대 때 집 청소를 하러 온 현지 여성 2명을 성추행한 적도 있다”**고까지 자랑하듯 털어놓았다. 이는 즉흥적 일탈이 아닌 상습적 성범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선교 현장에서 비슷한 일을 저질렀음을 시사하지만, 그때는 아무 문제 제기도 받지 않은 채 넘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때 해외 선교의 꿈을 품고 아프리카까지 갔던 20대의 청년 A씨에게, 이 사건은 치유하기 힘든 심리적 참상을 남겼다. 선교지에서 존경하던 ‘영적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 충격으로, A씨의 신앙과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범죄 직후 A씨는 휴대폰에 ‘Daddy’라고 저장해 두었던 최재선 선교사의 연락처 이름을 “살인자, 최재선”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에게 이 “아빠”는 영혼을 죽인 가해자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A씨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가해자의 폭력은 교묘한 형태로 계속되었다. 최 선교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자신을 여전히 “아빠”로 지칭하며, A씨에게 성경 구절을 읽어주거나 그녀를 위한 기도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영적 가스라이팅으로 죄책감을 덜어보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행위는 A씨에게 2차 가해나 다름없었다.
결국 A씨는 용기를 내어 한국에서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그녀의 고발로 수사가 이루어졌고, 최재선은 귀국 후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긴 법정 공방 끝에 한국 대법원은 최재선 선교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지었다(주거침입 강제추행죄 적용). 1심 판결 이후 법정 구속되었던 그는 대법원 결정으로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비록 형량은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피해자가 수 년에 걸친 지리한 싸움 끝에 가해자의 죄를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의미 있는 결과였다. A씨는 판결 소식을 접하며 “어딘가 존재할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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